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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仙처럼 노닐다 오다...風...鱗. 紋 2005. 5. 28. 10:34
각종 건축물이나 기계설비류를 재활용한 휴식공간의 재창조는 유럽이나 북미에서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된 도시공원의 개념의 하나로 그다지 낮선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것도 마눌님의 집에서 불과 도보로 20분 남짓의 거리라..
원래 선유봉이라 불리웠던 것을 보면 제법 높고 그래픽스러운 봉우리를 가졌음직한 이 선유도는 한강의 명소 가운데 하나였었다는데, 1925년 대홍수 이 후 이 곳의 암석을 채취하여 한강의 제방을 쌓는데 사용하면서 섬이 해체되기 시작했고, 1965년 양화대교가 섬을 가로지르며 놓이고 1978년 정수장이 들어 서면서 아름다운 선유도는 옛모습을 완전히 상실했었다 한다.
그러나 2001년 정수장이 강북 정수사업소로 이전되었고, 2002년 선유도의 공원화가 이루어져 정수장의 구조물과 건물을 재활용하여 휴식과 함께 자연환경을 중요성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조성했다는데, 2003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는 이 공원은 용도폐기해야할 인공구조물인 정수장의 콘크리이트 구조물, 기계류, 심지어 대형 파이프들과 자연의 절묘한 어울림이 사뭇 감동적이기 까지 했었다.
꽃 이름은 모른다. 누가 가르쳐 준들 이틀을 못넘긴다.집수장의 pit를 그대로 살리고 그 벽을 기어오르게 만든 붉고 노란 이 꽃이 꽤 관능적으로 생겨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관능적일 뿐 아니라 뇌쇄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큼직하고 너부대대하게 생긴 꽃보다는 복잡하면서 현란하게 생긴 넘을 선호하는 취향탓인지, 이넘앞에서 잠시 숨을 훅~! 멈췄다 뱉었다.속은 노랗고 겉은 붉다. 천으로 치면 이중직조이고 편지지로 치자면 양면괘지이다...사람으로 치자면 겉다르고 속다른 넘일테지.음식으로 치자면 암만 뜨거워도 김이 나지않아 방심하고 후루룩 마시다가 조디 데이기 딱 좋은 매생이국같은 넘이다.
안팎으로 다른 색깔.. 이런 게 사람 잡는다.입구에서부터 서쪽 한강 하류방향으로 수질정화 플랜트가 <교육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물이 정화되어 가는 과정과, 그 과정의 생태계를 기가 막히게 조성하고 있는데, 공학과 생태학을 이쯤 조화시켜 놓았으니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다.숨길 수없는 감동의 탄식이 다섯 걸음마다 하나씩 튀어 나온다.처음 탁하던 물이 물길따라 흘러가면서 차츰 맑아지는데, 스스로 치유하고 정화작용을 하는 자연적 환경과 그 수질에서 생태하는 식물이 군락으로 배치되어있어 눈여겨 보면 매우 훌륭한 교육자료이다.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어서 이 과정을 도식화한 안내판을 적당한 곳에 세워 두고 읽히우게 한다면, 서로 터뜨리기라도 하려는 듯 껴안고 걷느라 갈짓자로 앞을 가로막는 젊은이들의 보행형태가 조금은 더 학구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심술스런 마음이 생겼다.너긋뜰은 좋컷다.. 좋을 때다..자작나무, 복사나무, 대나무, 소나무 기타 벼라별 나무들이 소규모로 여기저기 어울려 심겨져 조성된지 두어 해 남짓한 공원이라 보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가 있다. 이런 것이 디자인이고 기획 아닌가. 기존 구조물의 어느 부분을 부숴내고 어느 부분을 살려서 궁극적으로 조경이 완성된 후 어떤 모습으로 어울림을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성장인식살계..이미 파괴되고 상채기가 깊어진 자연을 다시 완벽하게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야 애당초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리 할 소용이 적을지 모르겠지만, 용도가 끝나고 퇴역하는 폐기물을 어떻게 자연과 친구로 만들어 줄 것인가 하는 고민은 또 다른 안정적인 생태계의 질서 재현으로서 매우 유의미하다.건축가협회에게 첫 시상의 기회를 놓친 환경가협회나 생태계협회 또는 백수협회에서는 더 늦기 전에 앞다투어 선유도공원에게 상을 주도록 하라. 선유도를 알아 본 그대들의 안목이 칭송받으리라..집수장 구조물의 콘크리이트 기둥을 그대로 살려 아이비들을기어 오르게 하고 있다. 녹색기둥의 정원..물을 가두어 침전물을 가라앉히던 집수장은 기둥을 남겼다. 기둥은 붉게 녹슨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으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는 헤라신전의 돌기둥群처럼 도열해 있다. 그러나 이 기둥들이 푸른 아이비로 덮이면서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이름을 얻으니 짜릿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마치 젊은 신 아폴론에게 쫓기던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가 마침내 아폴론에게 붙들리기 직전 그녀의 아버지에게 간청하던 바대로 <부드럽던 젖가슴 위로 얇은 나무껍질이 덮이고, 머릿카락은 나뭇잎이 되고.. 팔은 가지가 되고.. 다리는 뿌리가 되고.. > 마침내 월계수가 되어버리는 드라마틱한 변신을 하드키.. 기둥들은 모두 하나하나의 나무로 변신하고 있었다.
수생식물원의 수련수생식물원에는 연꽃이 떠 있었다.꽃봉오리들은 죄 다 입을 앙다물고 잔뜩 토라져 있었는데, 자상하지 못한 중년 사나이가 꽃의 토라진 이유를 어찌 아랴.. 배건짜리 동전을 꺼내 꽃봉우리앞에 대고 흔들어 꼬셔볼까...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이 블로그를 드나드는 분들 아닌 담에야 그 속뜻을 짚어낼리 만무한, 아나공갈 염소똥일테고.. 개 중에 그래도 맘씨 좋아 보이는 한 녀석이 배시시 쪼개길래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조망대에서 본 분수 분출높이 202M. 세계최고?성산대교와 선유도 사이에 있는 분수는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하려 분출최고높이를 202 미터로 했나보다. 아무렴.. 잘했지, 숫자 다 맞추려고 2002 미터를 욕심냈더라면 여럿 잡을 뻔 했을게다. 섬의 서쪽끝 조망대에서 일몰을 볼까 했는데, 구름이 가려 분수를 보는 것으로 말았다.202 미터라... 누가 재 봤을까? 그렇게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미리 밝히자. 그래! 202 미터 아니다. 201.8 미터다. 떫은 거 있으믄 공정거래위원회가서 고발하던지..시골영감 상경해서 좋은 구경했다.물론 생태계의 완전성이나 환경친화적 형태만으로 친다면야 가공 흔적이 전혀 없는 깊은 계곡에 비할 바 아니고, 조경이나 공원으로서의 완성도면에서 치자면 서울 곳곳의 고궁과 어찌 비할 바 있으랴만, 기왕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이미 한 번 훼손되었던 자연을 방치하거나 더더욱 망가뜨리지 않고, 하나하나 복구해 나가는 휴먼 타치가, 그리고 지혜의 발상이 감사한 일이다.자연에게 가했던 폭력의 부산물인 구조물들을 깡그리 없애지않고 적절히 배치해 둠으로 새로운 생태환경에 하나의 보조물이 되게한 것은, 자연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인간의 참회인 듯해서 감동적이다.물을 정수하던 곳이어서 그런지, 물도 좋았다.볕안경을 걸치고, 두건을 머리에 묶고, 붉거나 요란한 힙합의상, 아 그리고 귀에 피어싱도 하고 온몸엔 번쩍이는 장신구로 칭칭 두르고 걸 헌팅을 나서 봄직하다.이 부티나게 풍만한 배와 개발도상국 백성처럼 빈약한 어깨만 어찌 처리할 수 있다면...아니구나.. 검고 탄력없는 이 피부도 대폭 개조를 해야하네..거의 선유도 공원 하나 만들만큼 품이 들어 가겠구나....에라,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