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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志인 다다님의 블로그에 서출지가 소개되어 있어
문득 몇 해 전 겨울 들렀던 그곳의 기억이 떠올랐다.
경주 근처의 고즈녘한 놀이터 몇 곳을 둘러본 후 부산으로 철수를 하려다,
서출지 바로 근방에서 그림을 하고 있다는 어느 작가의 공방에 들러
차라도 한 잔 얻어 마실 심사로 부옇게 성애낀 얼굴들을 하고 그 곳을 찾았다.
일행이 일곱이었나, 여덟이었나..
유리가루같은 얼음조각이 섞이기라도 한 듯 바람은 외투를 찢고 살갗에 박혀
붉은 생채기를 내는 혹한이었다.
잔뜩 웅크린 채 그 곳에 닿았을 땐 해가 뉘엿 기우는 해거름이었었다.
서출지는 한쪽 눈만으로도 단박에 다 훑어 볼만큼 조그만 연못으로,
크지도 않은 규모임에도 왠지 황량함이 그지없게 느껴지는 분위기였고.
산그늘을 홑이불 자락처럼 당겨 덮은 채 차가운 물속에 발 담근 연못 한 켠의 쇠락한 누각..
그 누각조차 오가는 이들에겐 무심히 눈길조차 건네지 않고
겨울 까치 울음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뿐...
(표현이 유행가調에 가깝다.. 아뭏던!)
주변의 풍경이 그냥 그렇게 바람에 바스러지고 있는 듯한,
그렇게 탁하고 건조한 갈색톤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서출지의 수면 여기저기엔
말라죽은 연꽃대와 잎줄기들이
낮은 입사각으로 수면에 비끼는 석양이 만드는 실루엣과 어울려
묘한 분위기의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 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라 몇 캇트 찍었다.
그 사진 하나 올리려고 사설이 늘어졌구나...
서출지 ⓒ飄風
서출지의 겨울ⓒ飄風이 사진은 씰데없이 프레임을 만들고 장난을 친 듯하다.점잖치 못하게....숨은 그림찾기 난이도 Ⅰⓒ飄風숨은 그림찾기 난이도 Ⅱⓒ飄風'風...鱗. 紋'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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