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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詩. 그리고 민들레風...鱗. 紋 2010. 5. 20. 13:41
이창동의 영화 시를 보았다. 인 거제도에는 상영관이 없어 두시간 남짓 차를 달려 진주까지 나가야 했다. 몇 개의 다리로 바다와 골짜기와 내를 건너고, 또 몇 개의 터널로 허리 굵은 산들의 깊숙한 뱃속을 관통하며 물경 편도 3,000원의 통행료를 지불하고서야 닿은 진주에서 이창동을 만났다. 이창동은 몇 해 전 뺀질이 송강호와 어리버리 전도연을 앞세운 영화 밀양으로 작지않은 행복을 주더니 이번에는 주름 많은 새침떼기 윤정희를 꼬드겨 만든 시로 담백한 즐거움을 건네었다. 사실 를 볼까 를 볼까 가벼운 갈등을 했었는데 인 거제에서도 상영중인 하녀로 마음을 굳혔다가 막판에 변덕이 생겼다. 윤정희라는 거물을 이 영화판으로 불러 낸 그 시나리오가 궁금했었고 밀양을 통해 관객에게 던졌던 피해자의 용서하기라는 불편한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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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먹기 / 넌 누구냐? 매력적으로 뻔뻔한...塵...재탕 삼탕, 심지어 오탕 2010. 4. 23. 18:31
이번에 우려 내는 글은 비교적 최근에 씌어진 글이다.2007년 2월에 큰넘의 수료식에 참석을 위해 그넘이 다니던 학교에 들렀다 우연히 읽게 된 책에 대한 소개를 할까 싶어 시작했다가 써 내려가던 중 책에 대한 글인지 그 책을 쓴 사람에 대한 글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말미는 정체불명의 글이 되어버렸고, 결국 제목마저 넌 누구냐?... 라는 식으로 흘러버렸다. 잘 나가다 양재동으로 빠져버린 격이다. 요즘 들어 예전같이 눈알 부라려 가며 영화를 즐기지 않는 편인지라 이 냥반의 근황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지만, 한 때 꽤 이뻐하던 사람이었다. 모름지기 이 냥반만큼 뚜렷한 철학이나 작가로서의 고집, 촌철살인적 유머, 스타일리쉬한 감각, 다양한 영화적 재능 등을 가진 감독이 쌔고 쌘 한국 영화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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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휴가 3 일)風...鱗. 紋 2009. 10. 19. 10:39
사실, 서울에서의 모임을 마치고 전남 목포로 가서 만나야 할 또 하나의 緣이 있었다. 이번 휴가 중 첫번 째와 두번 째가 문학회와 블로그를 통해 얻은 글벗들이었고 세번 째 만나 대적해야 할 상대들은 일을 하다 만난 공돌돌들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나니 갈아입을 속옷이 없었다. (사실은 기운이 다 빠져서 못가것다.) 카메라 가방만 하나 달랑 들고 상경했으니 그 속에 속옷과 양말만 가득 넣어 올 수는 없었던 일.. (사흘 연짱으로 그런 식으로 마시믄 난 죽는다.) 목포에 있는 한 냥반에게 전화를 했다. "속옷이 떨어져서 못가것쏘." "먼 소리다요~ 맨날 올거시다 뻥만 치고말시... 그냥 와버리시오, 범 무늬 빤쓰 한 박스 사 줄랑께..." 귀가 뜨끈해질만큼 장시간 실갱이 끝에 이 담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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緣1... (휴가 1 일)木...책과 사람 2009. 10. 16. 16:21
10월 둘째 주... 휴가였다. 휴가라 함은 모름지기 졸라 일한 후 고단함을 달래기 위함이겠지만 짜달시리 바쁠 것도 고단할 것도 없는 근간의 느슨한 현장의 공정이 무료했던 터 "그동안 열심히 땡땡이 치느라 헐거워진 관절의 나사 좀 조이고 오것쏘." 단호하게 선언한 후 뒤도 안돌아 보고 사무실을 나섰다. 나와는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한 때의 탱천하는 분기를 이기지 못해 서툰 문학한답시고 더불어 용천을 떨어대던 친구녀석이 1993년 볕 좋던 어느 가을 날 느닷없이 은행 떨어지드키 뚝! 소리내며 연락을 끊은 후 15년 이상 행방이 묘연해져 그 친구가 이승을 하직했나부다... 아님 남의 돈 떼먹고 외국으로 날랐을까... 남겨진 친구들이 무척 쓸쓸해 했었는데 정말 우연찮게 연락이 닿았고 현재 일산과 김포 일대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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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섬風...鱗. 紋 2009. 9. 28. 21:38
1. 하늘....꽃잎구름. 구름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낱낱이 떨어져 하늘에 뒹구는 꽃잎, 그 꽃잎과 꽃잎 사이로 난 바람길로 간소해지고 담담해지고 이윽고 평화로와진 계절의 말간 얼굴이 지나가고 있구나 작아지고 작아져서 더 이상 가벼워질 수 없어 그렁그렁 눈물처럼 번지는 가을꽃잎 수천송이 2. 바다.... 몇 겹의 섬 섬들은 원래 저리 아름다웠던가. 섬은 섬끼리 더러 지척이고 더러 아득하게 겹쳐 섬과 섬 사이 골에서 비린내 밴 안개가 피어오르고 섬과 섬 사이의 가슴 서늘하도록 깊은 그늘에는 반짝거리는 지느러미 털어대며 또 다른 섬들이 쉬고 있다. 3. 구름과 섬... 나이를 먹는 건 두렵지 않아. 다만 나이를 먹고도 아무 것도 아닌 채 로 있을까봐 두려워. 무라카미 하루키가 먼 북소리라는 그의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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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風...鱗. 紋 2009. 9. 9. 22:03
음악은 IL DIVO가 가브리엘 포레의 " 파반느 " 를 리메이크한 ISABEL 백로(白露: 곡식에 흰이슬이 맺힌다는 24절기가운데 하나)맞이 산책길에서 찍은 바닷가 사진을 보신 은파 눕께서푸른색이 즐거우셨다는 댓글을 매달아 주셨길래컴퓨터 구석 어딘가에 꼬불쳐 뒀던 사진 몇 장 꺼내서 먼지를 털어 올리는 부지런을 떨어본다. 이렇게 블로그에다 잦게 포스팅하는 것은 표푸이답지 않은 야만이긴 하지만누군가 칭찬하면 금새 행복해져 흥미진진하게 사진 한 장 한 장을 들추는 것은영락없는 공돌돌다운 짓이다. 어차피 입추, 처서, 백로까지 지났으니지난 여름에 찍혀진 사진들이야 여름뉘앙스를 풍기는 것으로는 더 이상 무효할 것인즉그 가운데 푸른색이 고왔던 사진 두 장을 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