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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암컷은 수컷한테 그렇게 헌신적이래. 그런데 일찍 죽는단다. 자기도 사랑받고 싶었는데 주기만 하니까 허기 때문에 속병이 든 거지. 사람도 그래. 내가 주는 만큼 사실은 받고 싶은 거야. 그러니 한 쪽에서 계속 받기만 하는 건 상대를 죽이는 짓이야. 은희경 -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
[아침숲길] 공간은 추억한다 /이성희 저녁 무렵쯤, 영도다리에 잠시 서 있어 보면 안다. 덧칠을 해도 녹슨 시간들이 드러나는 난간과 갈매기들이 운반해 오는 젖은 공기의 파동, 다리 아래 늘어선 왜식 건물 현관들에 하나씩 켜지는 불빛이 그저 그런 풍경이 아니라 무언지 알 수 없는 아득한 안개, 혹..
조금 전 조선소로부터 배를 진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다녀 왔습니다. 눈발은 날리지만 다행히 바람이 성질을 많이 누그러뜨렸군요. 이 사진속의 등 푸르고 뚱뚱한 넘이 지금 제가 키우고 있는 녀석입니다. 현존하는 화물운반선 가운데서는 가장 덩빨이 큰 넘이지요. 높이가 20층 건물 높이와 같고,..
눈오는 오후ⓒ飄風 오전 내내 햇살에 반짝대며 조금씩 흩뿌리던 눈가루가 오후 들어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어제는 강한 바람 탓에 S214호선 진수까지 포기할 정도였는데, 베란다 창밖 절개된 산허리를 배경으로 씨알 굵은 눈발들이 군무라도 추는 듯 둥둥 떠다니고 길 건너편 적벽돌의 校舍가 생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