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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말고..木...책과 사람 2005. 3. 21. 23:59
이윤기 선생의 『하늘의 문』...
오래 전, 처음 읽었을 적 미처 보지 못했던 진지한 人文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도대체 이 냥반이 가진 사유의 지평은 왜 이리 넓은 것일까..
같은 시대를 공존하는 이러한 작가가 있다는 흥분으로
새삼스럽게 얽혀드는 호흡을
....가다듬는다.
산행을 다녀보면 험한 바위를 쪼아 내고 만든 돌계단 같은 것을 더러 만난다.
그럴 때마다, 이 깊은 산중에서 누가 이런 일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어느 누구도 전용로(專用路)일 까닭도 없고, 매일 다녀야 할 길도 아닌
데 그 위험한 바윗길에는 돌계단이 있다. 눈이라도 쌓여 있을라치면 가파른 바
윗길에도 턱이 생긴다. 누군가가, 뒤에 오는 사람이 밟기 좋게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하다. 누굴까, 무슨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일까.
슬쩍,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이란 글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네.. 정말 누가 무슨 마음으로 그런 길닦음을 했을까...
검지 손가락으로 비닐 장판만 박박 밀면서 선생눈치만 보고 있노라면,이윽고 깊이 주름 패인 그의 눈꼬리에서 눈 녹아 흐르는 소리 뚝뚝 듣는다.눈이 많이 온 날 깊은 산중에 있는 내 친구 지명 스님의 절에 갔다. 마을에서절까지는 꽤 먼 오르막인데도 눈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절도 아니었다. 그 절에 단 한분뿐인 지명스님에게 내가, 「손님 오시게 되어 있는 모양이네?」하고 물었다.그러자 지명 스님이 반문했다.「왔잖아?」글을 읽다말고 내내 이 구절에서 머물렀다.왔잖아..왔잖아..나를 위해 누군가 힘들여 길을 쓸었다 생각하면다리가 힘들거나 몸이 고단한들 어찌 가던 길을 되돌아 가랴.길가 거친 바위에 잠시 몸을 기대어 쉴지언정... 젠장!그리고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길을 쓸어야 할 것 아닌가.지나치게 교훈적인 말씀 같지만,....그게 어때서?'木...책과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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