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改備
    風...鱗. 紋 2005. 10. 14. 21:13

     

     

     

    두어 해 가량 내 손때에 더럽혀져가며 혹사 당하던 디카를 드디어 바꿨다. 400만 화소 이하의 소박한 성능과 지극히 순진하고 조신하기 짝이없는 기본 기능만을 가진 이 미니 디카는 그 동안 6천여장의 사진을 찍어내며 모서리 여기저기는 물론 앞뒷면까지도 긁히고 부딪힌 상처가 의젓한 관록처럼 깊고도 선명하다.

     

    원래 사용하던 필카가 워낙 중후장대했던지라 간편하고 사용이 쉬운 디카를 갖고싶었고, 그래서 구입했던 것이 kodac에서 나온 제품이었는데, 처음 그 가벼운 디카를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삼쾌(三快) 그 자체였다. 주머니에 쏙 넣어다니다 필름 걱정없이 아무렇게나 쿡쿡 찍어대는 유쾌함, 찍은 사진을 지체없이 컴을 통해 확인하는 상쾌함, 그리고 맘에 안들면 가차없이 쓱싹 날려 버리는 통쾌함이라..

     

     

    디카의 이러한  인상적인 기능은 평소 과잉의 군자연한 인내심에 꾹꾹 눌려져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있던 <무자비한 소비욕구>를 한 방에 해방해 버렸다.. 

    가끔 절제없이 왕창무식형 소비체험을 하고 싶으나 그러한 만행을 저지른 후 은근히 뒷통수에 가해져오는 재래적 도덕심의 테러에게 속수무책 당해야 하는 죄의식이 캥겨서 "매사 아끼고 줄이고 자제하는 것이 군자의 미덕이니라.." 하는 식의 선전활동을 스스로에게 해 가면서 욕구를 잠재우곤 했는데, 최소한 사진찍기에서 만큼은 절약미덕구신에 절대 머리끄댕이 잡힐 우려없는 이 매력적이고 기똥 찬 메카니즘에 어찌 공격적인 환호를 보내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1998년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 처음으로 코닥 디지탈 카메라 하나를 구입했던 것이다. 

     

     

    카메라는 200만화소쯤 되는 것으로 기억이 난다. 충전지가 아닌 일반 건전지를 쓰는 타입이라 사진찍는 것보다 건전지 갈아끼는 게 더 바빴다. 가방속에는 항상 건전지를 한 웅큼 넣어 다녔고, 촬영된 사진은 카메라 내장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되는지라 몇 장만 찍고나면 디스켓을 바꿔야하는 원시적인 모델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필름값 안들고 현상비 걱정없는데.. 찍고 찍고 또 찍었다. 

     

    그리고 두어 개의 포켓용 미니 디카를 사가면서 그 편리함을 만끽했다.

     

     

    의 화인픽스가 최근까지 쓰던 미니 디카다.

    후지필름에서 만든 넘으로, 2년전 약 50만원정도 투자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지금까지 나랑 잘 놀았다. 위의 전면 모습과 아래의 후면부 사진에서 보다싶이 매우 심플하고 착한 성품을 가진 넘으로, 최근 강화도와 석모도의 절구경까지 함께 다녀 온 주머니속의 동반자와 블로그의 동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넘이다.

     

     

     

     

     

     

    며칠 전, 부산에서 조선 해양관련 박람회가 열려서 참석차 행사장인 컨벤션센타인 BEXCO에 들렀다. 이 박람회는 세계적 규모의 조선해양 기자재 전시회로 우리나라의 해양산업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음을 보여주는 큰 행사인데, 거의 70개 이상의 외국에서도 관련종사자들이 모여들어 최소 30분 이상 줄을 서야 내부로의 입장이 가능한 신나는 축제이다. 특히 유관 기술 세미나가 함께 열려 무시칸 배공돌돌에게는 매우 흥미있고 도움이 되는 기회이기도 한 바, 개막식날 초청장을 들고 이곳을 들렀다.

    말 나온 김에 몇 장면 ...

     

     

    광장에서는 해군의장대의 시범이 한창이었다. 해군에서는 ★★★가 떠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이 냥반의 출현때문인지 의장대의 총검시범은 한층 씩씩했다.

     

    그리고 내부는 두어 컷만...

     

     

     

     

     

     

    마침 이 날은 부산국제 영화제를 개막하는 날이기도 했다. 박람회가 열린 BEXCO가 해운대곁에 위치하고 있고, 바로 그 해운대에서 모종의 사고를 치고있는 어느 행님과의 약속이 있었던지라 바닷가로 향하니 영화제개막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 어느 행님이라는 분이 시울님이라는 것을 내 입으로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줬음 좋겠다.

     

    백사장에 설치한 컨테이너 조형물이 인상적이었고, 몇 몇 낯이 익은 영화쟁이들을 서성이는 길우에서 볼 수 있었다.

     

    컨테이너를 그냥 눕히고 세워놓은 조형물이다.

    단순무식한 설치인데도 묘하게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대신에 유람선이다. 물론 빼끔 수면위로 머리를 들고 선 돌덩이들이 오륙도라는 것은 같이 동행했던 일본넘들조차 아무 설명없이도 눈치챘다. 

     

     

     

     

     

     

    입으로 정체를 밝힐 수없는 그 행님과 마주앉았던 이층 호프집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녁 식사 대신 호프 500씨씨 세 조끼씩 들이키고 그 행님의 공사현장으로 갔다가 차마 보지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사건의 발단이다.

     

     

    "내가 말이여 쥑여주는 넘을 하나 봤거던.."

    그러면서 인터넷을 툭 켜더니 흉칙한 넘 하나를 보여주는데, 원체 야만적이고 거친 수성을 가진 공돌돌이의 성격이라 그만 한눈에 반해버렸다.

    "이런 넘이 있단 말입니까?"

     

    "행님, 우리 이 넘 잡아들이는 계를 듭시다. 제가 1번 할테니 행님은 2번 하시지요"

    폭력에 가까운 설레발을 쳤는데 눈치빠른 이냥반, 실실 웃기만 할 뿐 답을 안주셨다. 내 더듬수를 이미 간파했던게지..  

    그 날 밤새워 쐬주를 거듭해서 마시고 떠드는 내내 그 넘이 눈앞에도 어른거리고 술병에도, 술잔에도, 심지어는 안주로 놓은 소고기 국밥에도 어른거리는 바람에 싯껍했었다. 그 후 그 넘을 잡아 올 궁리에 온 몸의 에너지를 쏱아붙기 시작했는데, 마침 내 생일 선물을 해 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던 이쁘고 차칸 친구가 결정적으로 이 넘을 잡아 내 수중에 넘겼다.        

     

    바로 이 넘이다.

     

     

     

     

     

    15배 광학줌, 830만 화소, 2/3"CCD, F2.2~4.6 슈나이더 렌즈 장착, 3.5" TFT LCD 후면 창, 게다가 상면까지 LCD가 있으니 이건 흉기다. 줌을 뽑으면 마치 거대한  대포의 위용인데, 실제로 이걸로 사람을 치면 죽을 수도 있겠다. 하이 엔드형 카메라의 끝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카메라 뒷면 전체가 LCD창인데, 마치 티비를 보는 듯이 시원하다. 조리개 우선, 샷타 우선, 메뉴얼, 자동... 뭘 놓고 찍어봐도 시원시원한 것이 구미에 딱 맞다. 그래서 어젯밤 이넘과 이전의 미니 디카를 나란히 앞에 놓고 인수인계식을 거행했다.

     

    "작은 넘... 니 그동안 욕밨다.."

    "큰 넘... 니 앞으로 욕바라.."

     

    시某 행님은 욕 나올끼고...

     

    '風...鱗. 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 한 장  (1) 2005.10.19
    우선 이걸로 아웅...  (0) 2005.10.18
    석모도 그리고 보문사  (0) 2005.10.13
    강화도 갯벌  (0) 2005.10.13
    강화도 전등사  (0) 2005.10.1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