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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국방부 - 젊은애가 내성적인데, 그래서 왜? (펌)

飄風 2005. 6. 29. 14:38

김일병 사건이 난 직후 병영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난 참으로 참담한 대한 남성들의 정신세계를 접하고야 말았다. 군대조직에서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왜? 그게 그렇게 커다란 죄인가? 군에서 잘 해내지 못하면 사회적응도 어렵다고? 당신들 같은 사이비 마초들이 점령한 사회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전쟁이 터지면이라는 가정을 적절히 조합하여 끝까지 버티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맞다 전쟁이라는 것은 사실 극한 상황이다. 전쟁이 끝나면 흔히 전후문학이라는 것이 등장하고, 전후세대 철학이라는 것이 급조되어 상처받은 정신세계를 복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곤 한다. 단 1년 아니 1개월간 전쟁이 지속되어도 그 후유증은 수십 년을 가게 된다.

 

그런데 내가 쓴 ‘전쟁이 멎은 후 53년’이라는 문장에 태클을 걸며 아주 당당히 한반도의 전쟁이 56년간 계속되고 있는데 무슨 헛소리냐는 글들도 올라왔다. 그래 당신이 맞다. 그리고 아주 잘났다. 포성은 멎었지만 휴전상태이다. 그 휴전상태라는 것을 빌미로 일본군 장교도 한 십 수년 간 잘 해먹었고, 살인귀 같은 놈도 한 7년 대통령 해 처먹고 노년에도 재산 굴리고 잘 살고 있다.


                                                            △ 연천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 ⓒ 한겨레신문

 

단지 이 땅의 가난한 아버지의 아들들만 그 전쟁의 연장선상이라는 굴레에 매여 전쟁 중에나 가능한 정신세계의 혼돈을 겪어야만 한다. 이제 그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질 때도 되었건만, 오히려 반 백년 간 독재정권에 놀아나고 반공에 휘둘릴 줄이나 알았던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이 정착시키지 못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반성 없이 아예 당당하게 젊은 영혼들을 윽박지른다. 군에서 까라면 잘 까야 사회에서도 잘 나간다고?

 

당신들이 그리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군에서 인간영혼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나왔다. 문제아 김일병, 왜? 그 이유는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먼저 걸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분명 문제가 많은 젊은이이다. 하지만 군에서 휘갈겨 논 인간의 영혼분석은 조금도 정신이상 징후가 아니다.

 

난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흔들리고 좌절할 줄 아는 20대를 더 높이 평가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정신적 성장을 조용히 응시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의지하여 행동할 수 있는 자신의 정신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시간 동안 당신이 최소한 그래도 그들보단 나이가 많은 기성세대면 그들이 성장하는 공간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배려를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나나 당신들이 띨띨하게 전두환 같은 종자들에게 속아 살았던 탓에, 한반도에는 아직도 평화의 기운이 완연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이런 땅에 태어나 그 소중한 시간을 가상 전쟁경험이라는 군생활에 투자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난 결코 자신의 해방의 분출구를 아주 엽기적인 방법에서 찾은 김일병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통의 젊은이들, 단지 외아들이라는 혹은 부모의 과잉보호와 나약한 세대라는 딱지를 달고 여전히 젊은 고통의 시기를 겪고 있는 대다수의 건강하고 내성적인 젊은이들을 의미한다.

 

 

젊은 그대들의 나약함과 흔들림,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은 너희들의 힘이다. 너무 쉽게 사회의 낡은 가치들과 타협하지 말고 특히 그들의 찬사 속에서 너희들의 모습을 찾지 말아야 한다. 사회는 다루기 좋은 젊은이들을 선호한다. 그리고 너무 쉽게 자신의 열정을 열어 보이는 자들을 선택한다.

 

너희들의 눈에 천박한 사회가 들어온다면 부서질듯이 비판하라. 익숙한 관습으로 너희들을 가르치는 자들을 의심하고 너희들의 수줍은 창의력을 모욕하는 자들을 경계하라.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운이 좋다면 행위의 완성을 지향하는 장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모방하라. 끊임없이 연습하고 잠시의 시간도 넋을 놓지 말고 자신의 게으름과 투쟁해야 한다.

 

천박한 사회가 지향하는 ‘좋은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끊임없이 정진하는 마음이 안으로 집중하여 생기는 외로움의 시간들을 더욱 사랑해야 한다. 너희가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더라도 너희들의 정신이 평생 너희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중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남들의 좋은 놈이라는 틀에 맞춰지기 전에 네 스스로 그것을 네 가치관에 의하여 발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젊은 시간들을 까라면 까라는 군에 몰아넣고 그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해야만 하는 당신 기성세대들은 나약한 젊은이라는 말을 입 밖에 올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자신의 못났음을 자학하라. 우리나라 군이 당신들 눈에 그리도 대단한 곳으로 보여 군에서 잘 까야 한다는 말을 하나.

 

그곳에 과연 장인정신으로 가다듬어진 직업군인이 얼마나 되나. 몇 푼 안되는 계급장에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 버리는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장이다. 그런 곳에 이 땅의 가장 여린 정신들을 몰아넣고 그들이 무엇으로 성장하길 바라지.

 

 또 오늘 신문을 보니 신세대 군인들의 군적응을 위하여 군시설을 개선한다고 한다. 죽여 버리고 싶다. 전방 지피 군시설 개선에 필요한 수백 억에 또 침이 꿀꺽 넘어가냐? ‘나약한 세대’ 또 ‘호사한 생활을 한 신세대’ 같은 수식어를 붙여가며 엉뚱한 짓거리는 그만두어라.

아직은 어차피 군이 필요한 상황이고 징병제를 거두어들일 수 없다면, 젊은이들의 어린 영혼과 접목할 수 있는 군으로 다시 태어나라. 그것은 좋은 시설을 확보하고 가당찮게 상업적인 신세대라는 문구에 부화뇌동하는 일이 아니라 군이 진정한 장인정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소위 장교라는 집단이 부대원들을 희생시키기 전에, 스스로를 희생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좀 보여 주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 앞에서 자신의 진급도 희생시킬 줄 아는 멋도 좀 가르쳐 주는 군이 되어 보란 말이다.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므로 항상 국민의 안전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일상에서도 붙들 줄 아는 우직한 지휘관들을 배출시켜 보란 말이다. 비록 소중한 시간에 군에 입대하기는 하나, 만일 우리 군이 젊은이들에게 그런 순수한 모습으로 존경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 군은 그들을 위한 영혼의 교육기관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김일병의 사건이나 연이은 군내 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오랜 시간동안 실타래처럼 얽힌 군조직의 무능과 부패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군이 진정으로 군다와 지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그들의 내성적이라든지 수줍어한다든지 하는 인간의 개성에 칼을 들이대지 마라. 너희들 천박한 군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 땅의 수백만 젊은이들이 모두 정신적인 굴절을 경험해야 하겠니?

젊은애들이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도대체 왜 죄냐?

 

현대의 조직에서의 일탈은 어느 곳에서든지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 일탈로 인한 충격에서 사회를 지켜나가는 일은 그것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라, 그들의 탈구조를 인정하고 가장 순수한 의미의 구조로 복귀하여 신뢰가 회복되었을 때 합의에 이르는 길이다. 이 시대는 지도자의 영광보다는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군도 잊어서는 안된다.

                                                                                     ⓒcos

 

                                                              

 (써프라이즈에서 cosmology님의 글을 퍼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