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鱗. 紋

집 꼬라지, 사람 꼬라지 하고는...

飄風 2008. 8. 31. 01:49

 

 

 

 

 

입추, 말복도 보내고 처서까지 가차없이 넘기고 나니

창을 넘어와 침대시트를 들추고 곁에 눕는 새벽기운이 제법 냉랭하고 건조하다.

(슬슬 빤추를 걸치고 자야 쓸랑가...) 

껍질이 냉해지면 속을 데워야 하고 

속을 데우려면 모름지기 사람 훈기를 쐬야 하는 법, 

묵혀진 길 헤집고 더듬어 한동안 돌보지 않았던 블로그를 찾았는데

집이건 사람이건 오래 살 비벼대지 않으면 은근히 서먹하지 않던가.

차마 대문을 걷어차지도 못하고, 마치 골목길로 열린 남의 쪽창 넘겨보드키 힐끔 딜다보니

에구구, 얄짤없는 흉가에다 도대체 주인이 방기한 집 사립짝에 어수선하게 서성댄 동지들 발자국이라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중등교육이래도 제대로만 받은 넘이라면

명주천 입에 물고 육각석주에 머리 부딪혀 자진해야 할 송구한 지경이다. 

 

 

 

 

                        

사진은 외조부의 동생인 작은 외할아버지(어릴 때 이리 부르면서 자랐다)가 사시던 폐가인데,

지금은 이웃 어느 집에서 헛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여름 고향에 들렀다 길가에 면한 이 담장앞에 잠시 서서

이미 오래 전 작고하신 그분과

지금은 대처로 나가 뿔뿔이 흩어져 소식이 끊긴 그분의 가족들을 잠시 추억했는데...

마치 내 블로그 꼴이다.

                        

                    

                   

 

 

 

사람이 이리 게을러터지고 무채금해도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나부다.

'과부 3 년에 은(銀)이 서 말, 홀애비 3 년에 이(蝨)가 서 말'이라 카더만 

홀애비생활 몇 년에 숫제 스스로 이가 되려는 걸까

 딱히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겹동백 꽃잎에 퉁겨 길에 떨어지는 달빛 소리가 유난히 청아하고 향기롭던

어느 봄날 자정 무렵..(이라 치고)

갑자기 정수리부터 시작하여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서기(瑞氣)가

육신을 종(縱)으로 훑어 발끝까지 쓰다듬는 바람에

버거운 오르가즘에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잠시 혼절을 했던가... 암튼 그 날 이 후

머리 굴려 궁리하기, 가슴 데워 감동하기, 팔다리 놀려 소출내기...

즉, 思感行이 설사 선친이 되살아 오셔서 회초리를 드신대도 하기 싫어지는 바,  

말로만 듣던 "게으름 구신"의 강림 징후라.

이 구신은 참으로 두텁고 무거운 넘인지라

접신(接神) 즉시 철갑을 두른 듯 사지가 부동케 됨으로 오체(五體)는 오히려 안락함이 구현되고,

무위(無爲)의 요람을 기꺼이 여겨 탱자탱자 순응하니

어언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범람하는 고품질의 강같은 평화.

소싯적부터 책상머리에 써다 붙였던 장래 희망이

"빡시게 살아봤자 몸만 고달프다. 기냥 편하게 살자!" 아니었던가

이 친절하고 싹싹한 게으름 구신을 어찌 메시아 대하드키 영접하지 않으리오...

긴 사설 늘어놓을 것 없이 언능 붙들어 앉혀 몇 달간 치열하게 게을러져 버렸던 것이다.

 

그 바람에... 잘 벼른 조각도로 요리조리 돌려가며 깎고 새긴 삼나무 목각인 양 수려한 몸매에다

햇살을 한 웅큼 붙들어 잘게 썰어 공중에 던진 것보다 더 반짝대는 눈부신 총기,   

더불어 그야말로 3D로 입체감 넘치는 뇌쇄적 미소를 팡팡 쏘아대던

Homo Sapience Sapience (믿거나 말거나)가 말이지   

좁쌀만한 머리, 좁쌀 반토막만한 가슴, 늙은 호박만한 배

그리고 옆구리에 짜릅고 빈약한 다리 몇 쌍 돋은 납작한 곤충으로 변태해서

권태로운 옷솔기속에 구겨져 누운 채 서캐만 싸질르고 있으니,

이게 흡혈곤충 이(蝨)가 영락없다.

                    

                   

 

 

이게 다 그 쥐뿔, 2MB때문이 틀림 없다고 우기면 두루뭉실 씨알이 먹힐 만도 하지만

그리 말했다간 요즘같은 시국에 싸가지 없는 짭새들이 우루루 몰려 와

온 몸에 색소섞은 물 뿌린 후 두들겨 패서 자바갈지 모르니

기냥 재작년 가을, 사우나 냉탕에서 헤엄 연습하며 타일벽에 머리 부딪혔던 거나

작년 여름 모기에게 허벅다리 물린 후유증 탓으로 돌리고

헛 둘 헛 둘, 눌러붙은 사지를 움직여 보는 근황... 

                   

 

                   

우선 집구석 청소나 좀 하자...

 

 

 

 

김희서니가 차 안에 앉아서 차창밖의 나를 찍은 사진이다(꼭 믿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차창의 먼지가 스크래치효과를 만들고

싸구려 썬팅시트가 푸른 색조를 띠게 하니

슬쩍 부누구가 거칠게 연출되면서 쓸만한 사진이 되었다.

두어번 졸라서 사진을 받아냈다.